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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27조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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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강국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스마트폰 하나로

각종 행정 정보를 손쉽게 고지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법원만큼은 예외다.

법원은 여전히 우체국에 의존해 법원 문서를 국민들에게 보낸다.

국민들이 해당 문서를 잘 받았는지는 관심 밖이다.

소송 당사자가 법원이 보낸 문서를 받지 못했어도 법원은 받았다고 간주한다.

법원 용어로 이를 '송달간주'라고 한다.

이는
법원 편의주의의 최고봉이다.

접근 어려운 법률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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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피고의 집 앞에 노크를 하고 돌아서는 인편 송달을 몇 차례 한 뒤 민사소송법 제189조(발신주의)에 따라 법원이 문서를 보낸 시점에 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재판을 마무리해버린다. 어떠한 사정으로 주소지를 비웠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내가(법원) 보냈으니 너는(국민) 받은 것이다. 이런 논리인 셈이다.

법원의 이런 행태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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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우편물' 의존하는 법원…

소송문서 못 받아도 '송달간주'

수원시 권선구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인 강모(60대)씨는 집 안에 있던 삼성 파브 텔레비전 1대와 김치냉장고, 입식에어컨을 합쳐 총 155만원어치 가전제품을 압류 당했다.


체육인인 강씨는 러시아를 오가며 태권도, 유도, 당수도 등 무도 스포츠 교류 사업을 하느라 자택을 비우는 시간이 많았다. 이 시기에 법원에서 보낸 소송가액 500만원짜리 손해배상 소장을 받았다.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탓에 1심에서 패소하고, 손해배상액이 너무 적어 부당하다는 원고의 항소로 열린 항소심에서도 대응하지 못한 채 지난해 8월 원심 판결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지라는 확정 판결을 받았다.

소장을 받아본 뒤엔 법률대리인을 선임해야 한다. 물론 일차적인 책임은 소장을 받고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강씨에게 있다. 그러나 국민 개개인의 부주의를 바로잡도록 돕는 게 행정의 역할이다. 그럼에도 사법부는 불친절했다.

해외 오가며 집 자주비운 강씨
집배원 몇번 방문후 무변론 선고
소액 손배 대응 못해 '재산압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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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소 한 달 뒤 강씨의 집 앞에 우체국 집배원이 다녀갔다. 그 집배원은 법원이 발송한 변론기일통지서를 들고 강씨 집 앞에서 초인종을 몇 차례 누르다 돌아갔다. 법원의 언어로 이를 '폐문부재'라고 한다. 문이 잠겨 있고, 받을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2주 뒤에 강씨에게 변론기일통지서를 추가로 발송하면서 '송달간주' 처리했다.

 

폐문부재와 송달간주에 따른 변론종결의 끝은 무변론 선고였다.

강씨는 재판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자신을 변호하지 못했다. 수원지법 민사53단독 소액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에게 50만원과 이에 대하여 2018년 9월11일부터 2020년 1월23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 이유는 소액사건심판법에 따라 기재하지 않았다.

01

성역이 된 법원의 언어

'경원시'라는 단어는 안 쓰인지 오래다. 사전에서도 찾기 어려운 말을 2000년대까지만 해도 판사들은 직장에서 공공연히 사용했다. 경원시하다의 뜻은 본래 공경해 멀리한다라는 뜻이었지만, 법조계에선 꺼려서 멀리하다는 의미로 썼다고 한다.

판사 세계의 경원시를 일본말로 이지메(いじめ), 우리 말로 집단 괴롭힘, 두 글자로 왕따로 줄일 수 있다. 국민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법원이라는 구호가 무색하게도 법관들은 우리가 쓰는 말과 다른 그들이 사는 세상의 말을 하고 있었다. 공정하고 독립된 판결을 지향하면서 국민이 체감하는 사법서비스는 불량하고 불친절했다. 현대 국어가 아닌 어렵고 긴 문장으로 가득 채운 판결문이 불친절한 사법부의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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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사람은 아무 말도 못 한다… 말이면 다 말인 줄 아는 법원

법정에서 판사는 인생 연극의 연출가다. 법정 경위는 재판장이 들어올 때 원고·피고와 대리인, 검사, 피고인과 변호인 배역을 맡은 배우는 물론 방청석에 앉은 관객까지 일으켜 세운다. 법정에선 다리를 꼬거나 팔짱을 껴서도 안 되고 입에 든 껌을 씹어서도 안 된다.

그들이 사용하는 말과 언어 역시 권위주의에 물들어있다. 민사소송은 대리인 없이 당사자가 직접 소송 서류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하고, 법정에서도 자기주장을 펼칠 수 있다. 법전 위에 국민이 있는데도 변호사를 선임해 작성한 정돈된 서류와 유려한 변론이 아니면 읽거나 들으려 하지 않는 재판부도 있다.

수원지법 민사재판부의 한 법관은 법정에서 당사자가 직접 변론을 하려고 마이크를 옮기는 순간 버럭 화를 내며 "대리인을 통해 주장하세요"라고 고함을 쳤다. '전관예우'는 법조 카르텔의 정수가 아니다. 법원이 국민을 딛고 법대에 올라서 법전으로 친 장벽이 법조 카르텔의 실체다.

법원이 국민에게 제공하는 판결문에는 그들의 엘리트의식이 아로새겨져 있다. 

당사자 직접 변론하려 하면 "변호사 통해 주장" 호통
법조 카르텔의 실체는 전관예우 아닌 법전으로 친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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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가전제품을 압류당한 강씨의 확정 판결과 동일하게 민사 소액 사건 손해배상 피고로 3천만원을 물어주라는 무변론 선고를 받은 이모(35)씨에게 법원이 건넨 문서는 한글을 깨치고 고등교육을 받은 그에게도 해석하기 어려운 다른 세상의 글자였다.

우선 이씨가 수원지법 성남지원 광주시법원이 작성한 판결문을 받아들고 느낀 감정을 직접 들어보자.


"상대방이 3천만원을 달라는 요구안이 담긴 문서를 가지고 민사금전조정신청을 했다가 기각되자 이의신청을 하면서 본안 소송으로 전환이 됐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어요.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있다가 무변론 패소 판결을 받았으니 얼마나 기가 찼겠습니까?"

수취인불명과 폐문부재로 재판이 끝나버렸다는 사실은 인터넷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나의 사건검색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수취인불명은 고 김기덕 감독의 영화제목인 줄만 알았고, 폐문부재는 느낌으로 닫힌 문에 사람이 없다는 뜻인 줄 알았으며 공시송달은 뭍과 물을 오가는 수달 친구인 줄 알았어요. 판결문에 쓰인 가집행, 주문, 청구취지 이런 말도 무시무시하다는 느낌만 받았지, 이해하기가 어려웠어요."


게다가 3천만원 이하 소액사건 판결서에는 판결 이유를 기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씨는 왜 그런 판결이 나왔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법원이 몇 차례 우편물을 보냈고, 어떻게 본인을 찾아다녔는지에 대한 기록은 나의 사건 검색에서만 어렴풋이 유추할 수 있을 뿐이었다.

이씨는 무변론 선고 사실을 알아차리자마자 즉각 항소했다. 이 사건은 현재 수원지법 민사항소8부에서 심리 중이다.

법원의 언어가 길고

복잡하다는 점, 법원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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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피고인이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하지 않고, 법정에서 고개를 빳빳이 들고 앉아 있거나 자기 잘못을 진정으로 알지 못하고 참회하지 않으면 법원은 판결문에 '개전의 정이 현저하지 않다'고 쓴다. 이 문장에서 쓰인 한자는 총 5글자다.

개전의 정이 없다는 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의 경기도지사 시절 당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했던 말이기도 하다.

개전(改悛)의 정(情)이 현저(顯著)하지 않다는 말은 뉘우치는 마음 또는 반성하는 태도가 없다고 쉽게 풀어쓰면 된다. 개전의 정이 없다는 표현의 기원은 묘연하다. 나이든 판사들 역시 고개를 갸우뚱한다.

사건의 실체를 조사하는 형사 사건보다 더욱 '개전의 정이 현저하지 않은 법원의 언어'는 민사와 등기, 행정에서 뚜렷이 보인다.

민·형사 공통적으로 금원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실생활에서 금원이라는 말은 거의 쓰지 않는다. 금액, 돈을 법원은 금원이라고 한다. '가사'(假使, 가정해 말해)는 주부가 하는 가사노동이 아니고 가령의 옛말이다.

예컨대 혹은 이를테면 이라고 해도 될 텐데 숙련된 부장판사급 재판장이나 이제 막 형사단독 재판부를 맡은 저연차 판사나 '설시'(說示·사전적 의미로 알기 쉽게 설명해보임)를 할 때 가사라는 말을 종종 법정 마이크에 대고 쓴다.

법원은 맞춤법·일본어식 표현 순화 등 자성에도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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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도 판결서 작성과 법원 문서, 용어 사용의 문제를 인식하고 자구책 마련에 나선 지 오래다. 1997년 12월 법원 맞춤법 자료집을 발간한 뒤 2010년 12월 읽기 쉬운 판결서 작성 핸드북을 발간하고 2013년엔 시대에 맞춰 법원 맞춤법 자료집을 새로 발간했다.

실제 작성한 판결서 문장을 바탕으로 맞춤법에 관한 다양한 용례를 소개하고 일본어식 표현을 순화하는 등 자정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법원도서관 관계자는 "판결문이 길고 복잡한 문장, 한문 투의 문어체와 일본어식 표현 등으로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법원도서관은 판결문과 각종 법률문장을 작성할 때 우리 글을 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법률문장 맞춤법 검사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각종 맞춤법 자료집, 간결한 판결사례집 발간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법원 구성원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02

법원 앞에 고개숙인 '헌법 27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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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장애인과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가 법원의 서비스를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정책을 마련했다.

법원을 찾는 장애인과 외국인, 북한이탈주민 등에게 편의시설과 사법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전국 20여개 법원에 설치한 '사법접근센터'가 대표적인 예다.

또한, 청각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수어통역 비용을 지원하거나 시각장애인에게 점자판결문을 제공하는 등의 법원 사례를 보면 제도적인 미비점은 상당 부분 보완한 모습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법원이 구축한 다양한 지원 제도를 사회적 약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당사자들이 정작 서비스 이용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면
법원이 자랑하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원 정책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베푸는 태도·편의주의가 쌓은 높은 벽

사회적 약자 지원 '빛 좋은 개살구'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했다.

 

이러한 권리는 종종 법원의 '편의주의'와 충돌한다. 자의든 타의든 법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권리와 법원의 편의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사법시스템의 불친절을 지적한다.

'통역·번역 외국인 사건 처리 예규'는 외국인 형사 피고인의 '절차상 권리를 보호하는 방법 등을 규정한' 재판예규다.

재판을 받는 외국인이 한국어를 잘 알지 못해도 스스로의 변호권을 충실히 행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규칙의 하나다. 예규에 따르면 외국인 형사 피고인은 자국의 언어로 번역된 공소장을 받을 수 있고, 재판 중에 통역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식 재판을 거치지 않는 약식명령이나 즉결심판에는 번역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는다. 한글을 읽지 못하는 외국인들은 자신이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추후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등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형사 피고인이 재판 도중에 통역을 지원받는 건 당연한 권리지만, 그 방식은 재판부의 재량이다. 판사, 검사, 변호사, 증인 등의 발언을 모두 순차적으로 피고인에게 통역해 재판의 이해를 돕는 게 정석적인 방법임에도 시간상의 이유로 일부 발언만 통역하게 하는 재판부도 있다.

법원의 편의에 밀려 재판 당사자가 소외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올 초부터 한국외국인법률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양태정 변호사는 "변호사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처음 법원 민원실에 가면 어떤 양식을 써야 하는지 혼동이 온다. 비법조인 중에서도 외국인들은 관련 외국어로 된 서류를 찾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외국인이 질문하면 그냥 법률구조공단으로 안내하기도 한다. 통역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들이 아직 많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법원이 좀 더 신경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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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올해로 6년째 '장애인 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노태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은 올해 디딤돌·걸림돌 판결 선정사에서 "한 편의 판결문은 그저 종이 몇 장이지만 그 속에는 한 장애인의 삶이 있다"며 "흩어져 있는 판결들을 따라가다 보면 장애인 인권의 현주소가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장애인이 법원을 이용하는 데 물리적 장벽은 완벽할 순 없지만 많이 사라졌다. 법원은 지난해 '장애인 사법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 개정판을 발간하는 등 개선 노력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법원의 판단이 장애인 등 사법 약자가 겪는 불평등 실태를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은 여전하다.

최근 5년 간 일반 소송구조 인용률

※일반 소송구조는 민사, 가사, 행정, 특허 사건을 포함함

제공/대법원

법원은 '소송구조'라는 제도를 통해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도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돈이 없는 사람도 헌법이 보장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소송구조를 신청하려면 일단 신청인이 자력으로 소송을 진행할 여건이 안 된다는 점과 법원이 판단하기에 신청인의 '승소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경제적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제시한 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소송구조의 조력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법원의 '인색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소송구조 사업에 국가 예산을 편성 받고, 이를 집행하는 법원 입장에서 구태여 돈을 아끼면서 사업을 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소송구조 인용률은 불과 몇 년 전까지 50%대에 머물렀다.

올해 법원의 비상식적인 행태를 꼬집는 내용의 책 '불량 판결문'을 낸 원곡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는 "소송구조는 당사자의 권리인데, 법원이 굉장히 시혜적으로 베푸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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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친절한 '법률 용어'

'국회 법제실 알기 쉬운 법률용어 2020' '대법원 법조출입기자를 위한 알기 쉬운 법률용어 2015 개정판'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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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확정 판결문 열람장소, 전국에 한곳뿐

실생활과 매우 밀접한데도 법원이 국민에게 먼저 제공하는 정보는 그리 많지 않다. 정보 접근성이 현저히 낮다는 의미다. 법원은 그들이 작성한 공문서에 접근할 권한을 매우 제한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법관과 동일 선상에서 일반 국민이 미확정 판결문을 열람할 수 있는 곳은 최근까지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 있었다. 
청사 내 판결정보특별열람실의 PC 4대가 하급심에서 내린 판결 열람이 가능한 유일한 곳이었다.

 
 
 
 
 

정보 통제·지역 불균형의 높은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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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특별열람실을 코로나19로 9개월여간 폐쇄하다 지난 10월1일 고양시 일산동구 법원도서관 법마루로 이전하고, PC도 6대로 늘렸지만 판결문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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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늘렸지만 접근성 비판 여전

피해자도 사건기록 보기 어려워

판례 참고, 취재 등 업무차 법원 정보에 접근하는 문턱만 높은 것이 아니다. 당사자에게도 법원은 그들이 독점한 정보를 쉽사리 내주지 않았다.

수원가정법원은 지난 8월11일 성범죄 피해자가 민사소송 진행을 위해 요청한 가해자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 인적사항을 소년 보호사건이라는 이유로 정보비공개 결정했다.

법원은 독점한 정보를 사건 피해 당사자에게도 제공할 수 없다는 근거로 소년 보호사건의 기록과 증거물은 소년부 판사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열람·등사할 수 있다는 소년법 제30조의2(기록의 열람·등사)를 들었다. 이 사건은 현재 수원지법 행정2부에서 심리 중이다.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지난해 1월 안산시립예술단 단원들에게 돈을 건넨 안산시의회 정모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기소내용(공소장 일부)과 검찰 사건번호, 법원 사건번호 공개를 거부했다. 이 사건은 예술단 단원들의 제보 이후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 끝에 정 의원에 대한 기소 처분이 나왔다.

단원들이 수사기관에선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고, 형사 공판에는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으나 법원은 당사자를 대리해 변호사가 요청한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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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지원은 당시 소송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며 비공개 결정했다. 기소내용이 공개될 경우 재판의 심리 또는 결과에 영향을 미치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도 부연했다.

법무부는 국회가 공소장 제출을 요청하면 구체적인 개인정보만 지우고 제공했다. 피고인과 개별 사건에 따라 선별적으로 공소장을 제공한다는 비판을 받자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에 따라 원칙대로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민의 대리인인 국회는 법무부를 통해 공소장을 받아보는데, 국민은 법원에 넘겨진 사건 기록을 요청하면 정보 통제의 높은 벽에 가로막히고 있다.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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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특별시' 서울에 집중

법조인(검사, 변호사, 판사)과 친분이 있는 사람은 전국 만 19세 이상 시민을 표본으로 할 때 14.2%에 불과하다. 검사(2천292명)와 변호사(2만3천417명·지난해 기준)보다 법관이 상대적으로 수가 적기 때문에 판사를 직접적으로 알고 지내는 국민은 약 8% 뿐이라는 서울대 사회학과 이재열 교수와 남은영 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있다.

법원조직법과 대법원규칙 제2966호 '각급 법원에 배치할 판사의 수에 관한 규칙'을 보면 대한민국 법관 수는 3천214명이다. 판사 정원은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약칭: 판사정원법)으로 정한다. 2014년 12월31일 일부 개정 시행한 뒤 현재까지 정원을 바꾸지 못했다.

개정 시행 당시인 2014년 대한민국 전체 인구수는 5천132만7천916명. 법관은 전 국민의 0.0055%에 불과하다. 판사정원법은 1963년 12월 하급법원판사정원법을 폐지하고 제정·시행했다. 당시 판사 정원은 376명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63년 대한민국 등록 인구수는 2천726만1천747명으로 법관은 이 중 0.0013%를 차지했다. 증원은 꾸준히 이뤄졌지만, 복잡·다원화한 현대사회에서 법관의 수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경기·인천 법관 수 추이

2021년 법관 1인당 인구수

사법부의 '지역 홀대'…

질적 저하로 이어지는 사법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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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1천만 시대가 깨진 오늘날 서울에 지방법원장은 5명이다. 1천400만 인구를 눈앞에 둔 경기도의 지방법원장은 둘 뿐이다. 서울엔 동서남북으로 지방법원이 있고, 대통령이 머무는 청와대와 서울정부종합청사 소재지인 중구와 종로구, 강남구, 서초구, 관악구, 동작구 등 6개 자치구를 관할하는 서울중앙지법까지 뒀다.

5개 지방법원에 더해 회생·행정·가정법원 등 3개 특수법원이 기능한다. 총 8개 하급법원의 법관 수는 총 851명이다. 서울고법에서 근무하는 법관을 더하면 1천47명이다. 전체 법관의 32.57%가 서울 소재 법원에서 근무한다.

서울특별시가 아니라 '법관특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관의 서울 밀집 현상이 심화하는 와중에 서울시 인구는 30년 전인 1992년 1천93만5천230명으로 최고점을 찍고, 2021년 10월 953만2천428명으로 지속 감소했다.

경기도·인천광역시 관할 지방법원 본원은 수원지법·의정부지법·인천지법 등 3곳이고 수원가정법원과 인천가정법원이 있으며 각 지방법원 별로 5개(성남·안산·안양·평택·여주), 1개(고양), 1개(부천)씩 지원을 뒀다.

경기·인천 관할 하급법원에서 근무하는 법관의 수는 수원지방·가정법원 본·지원 359명, 의정부지법 본·지원 152명, 인천지방·가정법원 본·지원 192명 등 703명이다. 경기도에 수원고등법원 법관 46명을 더하면 557명, 경인지역 전체 법관의 수는 749명이다.

서울은 인구 9천104.5명 당 법관 1명이 있다. 경기는 2만4천326.0명, 인천은 1만5천338.6명 당 1명에 불과하다. 가파르게 증가한 인구수와 비서울로의 정치·사회·문화·경제 분권을 특히 사법부가 대응하지 못한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사법부의 시선이 비서울을 향할 기미가 없다. 서울의 법관 인구 밀도는 빽빽한데, 비서울 법관은 수만명 중 1명이다. 게다가 법관들은 비서울 발령을 받아도 서울중앙지법 관할에 자택을 그대로 두고 근무지에선 셋방살이를 한다. 길면 5년, 짧으면 2년 안에 서울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성남·안산·고양 등 지원 본원 승격 '희망'
300만 인천시민 상소심 원정 설움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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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경기인천의 고법부장급 법관 수 차이는 사법부의 '지역 홀대'를 더욱 극적으로 보여준다.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지방법원장은 동급이다. 서울고법 부장을 하다 지방법원장을 한 뒤 다시 돌아가 고법 부장을 한다.

서울고등법원엔 '지방법원장급' 판사가 60명 있다. 경기도청 소재지 수원시와 100만 도시 용인, 신도시 개발로 팽창하는 화성시와 오산시 340만 인구를 관할하는 수원지법의 고법부장급은 법원장이 유일하다.

지난 2019년 3월 수원고등법원이 개원한 뒤 경기도의 고법 시대 3년차에 접어든 올해 870만 경기남부 지역민의 고법부장급 법관은 고법 부장판사 15명에 수원지방법원장까지 총 16명뿐이다.

장성근 전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회장은 "풀뿌리 민주주의가 지방분권을 꽃피우고 권력의 분산을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했다"며 "서울에 쏠려 있는 법관과 서울 위주의 법조 산업과 서비스는 지역을 병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남부 지역민들은 수원고법 개원으로 서울 서초동 원정 상소심의 설움을 씻어냈으나 성남·안산·안양·평택·여주 등 5개 지원 중 토지관할 인구 100만명 이상 지원의 본원 승격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경기북부의 의정부지법 고양지원도 마찬가지다. 고양지원은 남북통일을 대비해 통일특별법원 설치 주장도 병행하고 있다. 의정부지법은 오는 2022년 3월1일 남양주지원을 개원한다. 인천지법은 2025년 3월1일 북부지원 설치를 예정하고 있다. 하지만 300만 인천 지역민의 상소심 원정 설움은 기약 없이 이어진다.

서울·경기·인천 법원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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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인천 형사피고인 6만9천명 서울보다 많아
수원지법은 민사본안·형사 장기미제 상위권

사법부의 비서울 외면은 법관의 판단 유보와 재판 지연으로 지역민에게 제공하는 사법 서비스의 양과 질 모두의 저하로 이어진다.

형사 사건 피해자들은 검찰청의 담당 검사가 바뀌면 가슴을 치고, 소송 당사자들은 재판장이 바뀌면 땅을 친다. 형사 공판에서 재판장이 아닌 합의부 배석 판사만 바뀌어도 공판절차를 갱신한다.

공판절차 갱신은 이미 진행된 절차를 일단 무시하고 다시 진술거부권 고지, 공소장 낭독 혹은 공소사실 요지 진술 등을 하는 형사소송규칙이다. 한시가 급한 피해자들은 검사가 공소장을 다시 읽을 때, 한숨을 푹푹 쉰다. 수개월 간 진행한 재판이 도돌이표를 만나 처음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매년 2월 법관 정기인사 시점이 되면 판사들은 두 개의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후임 판사에게 사건들을 넘기고 떠나거나 밤낮없이 판결서를 작성하고 재판을 열어 미제 없이 새 임무를 받거나 둘 중 하나다.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법관에겐 꺼림칙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재판 당사자는 일부러 소송을 지연할 의도가 없다면, 법정에 나서는 일이 쉽사리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엄청난 압박감으로 다가온다.

'전세 보증금 사기 사건' 피해자 권모(35)씨는 "신혼집을 장만하려고 묶어 둔 전세 보증금을 빼앗아간 집주인이 1년간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끝내 보석으로 풀려나고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것도 화가 나는데, 재판장이 바뀌고 아예 처음부터 재판이 다시 진행되는 것 같아 속이 터진다"며 "국민과 함께하는 재판도 물론 중요하지만, 신속한 재판을 통해 보다 빠르게 소송 절차를 마무리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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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지난 9월 공개한 2021 사법연감에 따르면 경기·인천에서 형사소송을 치른 피고인은 구속 5천25명, 불구속 6만4천46명 등 총 6만9천71명이다. 서울은 구속 4천569명, 불구속 4만2천22명 등 4만6천591명으로 경기·인천의 67.45% 수준이다.

 

경기·인천엔 소장 접수부터 판결까지 2년을 넘긴 장기 미제 사건도 다수다.

 

서울중앙지법을 제외하고 수원지법 본원만 민사본안 사건 369건으로 1위를 차지했고 인천지법 본원도 1건 차이로 뒤를 이었다. 수원지법은 형사사건 장기 미제 역시 2년 초과 불구속 사건에서 145건으로 서울동·서·남·북 지방법원을 모두 앞질렀다.

법관들은 공히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주창한다. 특히 수원지법 법관들은 전국 법원 최초로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업무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적정 선고 건수를 제시했다.

국회는 '판사증원법'을 내놨다. 형사재판과 민사 소액사건 담당 판사를 현행보다 2배까지 점진적으로 늘리기 위한 판사정원법 개정안 발의에 여당 의원 30명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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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편익인가…

적극행정이 필요한 법원

유쾌한 일로 법원을 찾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원치 않는 송사에 휘말려 어쩔 수 없이 법원을 방문하는 국민들이 대다수다. 재판부가 제아무리 공정한 판결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결과를 받아본 절반은 법원의 판단에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승소의 기쁨과 패소의 아쉬움이 공존하는 곳이 법원이다. 재판 결과에 따른 국민들의 불만은 법원도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재판 과정 혹은 사법 절차에서 불편함을 겪진 않았는지 살피고,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건 법원의 역할이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일로 법원을 찾은 국민들이 법원의 불친절까지 감수하며 노심초사할 필요는 없다.

법원이 관심만 가진다면 사법행정을 경험하는 국민들의 편의로 이어질 수 있는 일들은 이미 산적해 있다. 법원에도 적극행정이 필요한 이유다.

국고귀속 공탁금 매년 1천억…

소액사건은 판결 이유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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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는 공탁이라는 제도가 있다. 법원은 이 제도를 '공탁자가 법령에 규정된 원인에 따라 금전·유가증권·그 밖의 물품을 국가기관인 공탁소에 맡기고, 피공탁자 등 일정한 자가 공탁물을 수령함으로써 법령에서 정한 일정한 목적을 달성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빚을 진 채무자가 돈을 갚으려고 할 때, 채권자가 의도적으로 돈을 받지 않거나 채권자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 채무자는 해당 금액을 법원에 공탁함으로써 채무를 대신할 수 있다.

이처럼 공탁은 돈과 관련한 사인 간의 갈등을 줄이는 걸 돕는다는 점에서 공익적인 성격의 제도다. 그런데 여기에도 한 가지 흠결이 있다. 15년이 지난 공탁 사건의 공탁금은 국고로 귀속되는데, 주인을 찾지 못하고 국고로 귀속된 돈이 연간 1천억원 이상이라는 것이다.

찾아가지 않은 공탁금, 15년뒤 국가소유

작년 수원지법 88억·인천지법 49억 달해

경인지역에 국한하면 지난해 수원지방법원과 의정부지방법원에서 국고 귀속된 공탁금 총액은 각각 88억여원과 52억여원이다. 인천지방법원은 49억여원이 국고로 들어갔다. 

공탁금의 국고 귀속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국고로 들어가는 공탁금의 액수가 매년 늘어나면서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려면 법원이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영배(민·서울성북갑) 의원은 "공탁금 주인찾기가 '선택적'인 안내문의 우편 송달, 신문광고로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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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김영배의원실

왜 졌는지도 모르는 소송, 대응 어려워져
구술설명·사무배분 등 재판의 질 높여야

소송에서 졌는데, 패소한 이유를 알 수 없다면 당사자는 해당 판결을 납득할 수 있을까. 현행법상 소가 3천만원 이하 민사사건은 소액사건심판법이 정한 별도 절차에 따라 재판이 진행된다.

사건 자체가 크지 않으니 재판 과정을 간소화해 신속하게 결론을 내겠다는 것이다. 당사자 입장에서도 법의 빠른 판단을 구하는 쪽이 낫기 때문에 법원과 소송 당사자 모두 '윈윈'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소액사건심판법은 제11조의2에 '판결서에는 이유를 기재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대부분의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판결 이유를 따로 기재하지 않고 있다. 소송 당사자들은 판결 이유를 분석해서 항소를 하든 대응 방법을 검토해야 하는데, 소송에서 왜 이겼고, 졌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물론 전체 민사사건 중 70%가량이 소액사건 재판으로 진행되는 탓에 소액사건 판사 개인이 짊어지는 과도한 업무량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판결 이유 등을 세세하게 쓰려면 신속한 소송이 불가능하다는 우려도 발생한다.

재판과정 '조서 의존' 법정녹음 필요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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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판결 이유를 생략하는 대신 선고 시 판결 요지를 구술로 설명하도록 하는 방법을 활용하거나, 적정한 사무 배분으로 소액사건 재판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여러 개선 의견에는 법원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소액사건 재판 당사자들은 소액사건심판법의 존재 이유가 법원의 편익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의 법정녹음도 생각해 볼 만한 문제다. 법정에서 오가는 수많은 대화는 조서로 남긴다. 이 조서는 재판 과정을 요약해 기록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조서에만 의존하는 재판은 내용의 정확성이나 과정의 투명성 측면에서 불완전하다는 비판을 늘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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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안은 김명수 사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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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함께하는 좋은 재판의 실현'은 지난 2017년 9월 취임한 이래 김명수 대법원장이 가장 앞세운 주요 정책 목표다. 사법 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으로 신뢰를 잃어버린 사법부의 발버둥은 평판사부터 기관장까지 처절했다.

한정된 예산은 사법부의 자체 쇄신 동력을 떨어뜨렸다.

 

오는 2022년 국가 예산은 사상 첫 600조원을 돌파하면서 '슈퍼예산'이라는 별칭이 붙었지만, 사법부 예산은 거꾸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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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줄어든 사법부 예산비율…

대형비리에 국민 신뢰도 잃어

정부가 국회에 낸 2022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보면 내년 대법원 예산은 국가예산 604조4천억원의 0.34%인 2조308억원이다. 국가 예산은 올해 557조9천872억원에서 46조4천128억원 늘었는데, 대법원 예산은 2조437억원에서 129억원이 깎였다. 

 

정부는 2016년 신설된 사법서비스진흥기금 역시 올해 808억원에서 754억원으로 삭감했다. 공탁금 이자 수익 등으로 마련하는 사법서비스진흥기금은 소송구조와 민사조정, 법률구조단체 지원을 비롯해 사법서비스 향상에 쓰이는 기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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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대법원 예산 및 국가예산대비 비중

단위:%(억원)

일선 기획법관들은 예산 감소에 따른 사법서비스 저하를 우려하고 있지만, 법원 전체적으로 예산 삭감을 저지할 처지는 아니다.

대법원장 공관 리모델링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자 무단으로 사실심 충실화 예산 2억7천여만원을 전용하고, 최근엔 인증을 받지 않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체온 측정 장비를 구입해 지적을 받은 뒤 법원 한 편에 방치하는 등 국민 혈세를 방만하게 쓰는 무책임한 모습을 수차례 보였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대법원을 대상으로 재무감사를 벌여 2019년 10월 모두 32건의 위법·부당사항을 확인했다는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혈세 낭비의 화룡점정은 전자법정 입찰비리였다. 시세보다 비싸게 영상·음향 장비를 사들이고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법원 공무원이 적발되는 등 형사재판 1심에서 인정된 계약금액과 뇌물·횡령액 규모만 1천293억5천175만원에 달했다.

방만운영·뇌물사건 등 잇단 혈세낭비
신뢰회복·절차간소화 등 '3대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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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줄줄 새는 동안 송달 제도는 1884년 근대 우편제도 도입 당시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으며, 공탁금 납부·회수를 위한 전자시스템은 구축조차 하지 않았다.

국민에 대한 신뢰 회복과 사법 서비스 향상, 절차 간소화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3대 과제다. 대법원은 2019년 9월 법원의날을 맞아 '국민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법원'을 구호로 삼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 안팎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변화와 혁신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취지다.

사법서비스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형사전자소송과 영상재판 도입, 차세대전자소송 시스템구축 사업 등이 있다. 아울러 법원 등기 업무 관련 발급 수수료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 제공을 비롯 절차 간소화에도 한발을 내디뎠다.

대법원 관계자는 "적정하고 충실한 심리를 강화하고 국민의 사법참여를 확대해 국민이 신뢰하는 법원을 구현하겠다는 의지가 국민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법원 캐치프레이즈에 담겨 있다"며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사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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